손원형 사단법인 한국전문면접관협회장
ⓒ손원형 사단법인 한국전문면접관협회장[데일리안 = 박영민 기자]
면접은 지원자의 미래를 결정하는 동시에, 조직의 신뢰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최근에는 면접 자리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면접관이 법을 이해하고 준수하는 일은 직무 수행의 기본이자 조직의 신뢰를 가늠하는 지표다. 특히 면접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법적 감수성’을 포함한 윤리적 책임이다.
여기서 말하는 법적 감수성이란, 법이 금지하거나 보호하려는 기준을 단순히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행동과 판단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의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고, 그 원칙을 질문 설계나 평가 방식에 반영한다면, 법적 감수성을 실천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구직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4년 채용절차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 초기에는 채용서류 반환 등 절차적 공정성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다. 특히 2019년에는 ‘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 조항(제4조의3)을 신설해 법의 적용 범위를 한층 넓혔다.
이 조항은 면접관이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핵심 내용이다. 법은 면접 과정에서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신체적 조건, 출신지역, 혼인여부, 재산, 가족관계 등)를 요구하거나 질문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한다. “고향이 어디십니까?”, “결혼은 하셨나요?”,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십니까?” 같은 질문은 직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법 위반으로 간주되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태료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발언은 조직 전체의 법적 리스크로 이어지거나, 불공정 채용을 이유로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법적 감수성은 조직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다. 조직은 채용 과정에서 채용절차법은 물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등 관련 법률을 준수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해 공공기관과 금융권에서는 면접관을 대상으로 법령 준수 교육과 면접윤리 서약을 의무화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상시근로자 30명 이상이면 채용절차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상·하반기 ‘채용절차법 집중 신고 및 지도‧점검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공정채용 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적 관리다. 공정한 채용은 제도에서 시작되고, 현장에서 완성된다. 조직은 직무 관련 질문을 중심으로 면접 매뉴얼을 만들고,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여 채용 과정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면접관 역시 자신의 질문과 행동이 법적·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채용절차법과 관련 법령의 취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면접관의 법적 감수성이야말로, 지원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조직의 신뢰를 세우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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